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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검찰이 ‘권력남용’과 ‘국정농단’ 밝힐 수 있겠는가

등록 2016-10-23 18:17수정 2016-10-23 18:53

‘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의 ‘권력 남용’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이다. 그동안 숱한 언론 보도와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그 얼개도 이미 드러났다. 검찰 수사는 이 밑그림을 기초로 대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모금 활동의 실상과 재단 운영에 대한 최순실씨의 불법적 전횡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내 단죄하는 일이다. 또 최씨가 공무원 인사는 물론 대한항공 등 민간기업 인사에까지 개입한 국정 농단 실상도 총체적으로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속 시원히 이런 진상을 밝혀낼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두 재단이) 의미 있는 사업이며 재계가 순수한 참여 의지를 가지고 주도한 것”이라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라는 첫 매듭부터 풀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두 사람이) 아는 사이지만 절친은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이 40년지기 최씨를 애지중지하며 각별히 챙긴 여러 정황 증거들이 즐비한데도 안면 몰수하며 부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검찰이 ‘비선 실세’라는 개념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기대 난망이다.

권력의 대기업 팔 비틀기 실상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이 할 일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청와대 경제수석과 문화체육관광부 실무직원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이 저지른 권력 남용의 실상을 온전히 밝혀내는 일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문화·체육 투자 요청” 사실을 밝힘으로써 재단 설립의 기획자가 대통령 자신임을 실토했다. 박 대통령 생각에는 ‘요청’이었을지 모르지만, 대기업 처지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 기부금 갹출이었음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이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권력 남용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우리 검찰은 대통령까지 연루된 사건에 제대로 메스를 들이댈 용기가 있을까.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의 검찰은 최근 국회의원 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에서도 드러났듯이 정권 보위대 노릇이라면 체면과 염치 따위를 벗어던진 지 오래다. 게다가 검찰 수사 내용은 시시각각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된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자체가 청와대의 컨트롤을 받으며 진행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결국 박 대통령이 내린 지침대로 재단의 ‘자금 유용’ 혐의 정도를 밝혀내 최씨 등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끝낼 가능성이 크다. 재단 설립 과정 등에는 물론 면죄부를 내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예 수사를 하지 않은 만도 못하게 된다. 앞으로 검찰 수사를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허망한 수사 결과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세워놓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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