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정부가 짠 내년 예산안을 국회 심의에 앞서 직접 나서 설명하고 예산안의 원만한 국회 통과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번 연설에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태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 정책과 성과에 대해선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또 선진국 문턱을 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예산안이야 어떻게든 국회를 통과하겠지만,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우리 경제가 더 길을 잃고 헤맬 것 같아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우리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3%를 밑돌고 있다. 그동안 세차례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성장률을 떠받쳤는데,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올해는 성장의 절반을 건설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집값·전셋값이 급등해 서민의 불안감이 커졌고,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내수 침체는 더 심해지고 있다. 미적거리던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늦게야 시동을 걸었지만,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사람이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선도형 경제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구조조정의 쓰라린 아픔을 이겨내면서” 정부에 힘을 모아달라고만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창조경제’를 성공한 정책으로 내세웠다. 올해로 마무리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로 “대한민국이 창업국가로 변모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구조가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공공기관 파업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공공개혁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강변했다. ‘헬조선’이란 말이 큰 공감을 얻는 판에 ‘내실있는 경제민주화 정책과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자랑한 것은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진 ‘문화융성’ 정책을 자화자찬한 대목에서는 혹시 박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일게 했다.
이제까지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인식으론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문제점을 고치기는 더욱 어렵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우리 경제의 앞날은 그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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