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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전국 휩쓰는 성난 ‘촛불’, 꼼수로 끌 수 없다

등록 2016-10-30 18:31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전국의 주말 및 일요일 밤을 점령했다. 서울의 광화문뿐 아니라 부산의 부산역 광장, 울산의 태화강역 광장, 전주의 세이브존, 의정부의 행복로 등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이 성난 시민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전주에서는 시내버스 기사들이 경적을 울리며 동참하기도 했다.

시위의 양태를 보면 마치 군사독재 정권을 끝장냈던, 노도와 같이 전국을 뒤덮었던 1987년 민주화운동의 재연을 목도하는 듯하다. 가족 단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고른 계층의 참가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 초기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때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의 대통령 하야 촉구 시위는 광우병 파동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조직적인 동원보다 자발적인 참여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시위 시작일부터 시민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그동안 밑바닥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전국 대학의 교수와 학생이 너나없이 경쟁적으로 시국선언을 하고 나선 것도 민주화 이후의 보기 드문 풍경이다.

29일 광화문 시위 도중 시위대에 ‘나라를 걱정하는’이라는 방송을 하거나, 30일 전날의 불법 시위 뒤 ‘시위대에 감사한다’는 취지의 매우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낸 서울경찰청의 태도 변화는 정권을 파수하는 둑의 한구석이 무너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만큼 박근혜 정권은 정부 안에서도 정통성을 잃고 내파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붕괴 직전’이 아니라 ‘붕괴 중’이라고 해야 옳다.

상황이 이렇게 위급한데도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너무 한가하다. 대통령이 25일 사과한 뒤 3일이 지난 28일 밤 청와대 수석들의 일괄사표를 받고, 30일에야 문제의 우병우·안종범 수석과 ‘문고리 3인방’을 경질했다. 그러나 29일에는 최순실 사태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까지 당 원로와의 대화에 부르는 어이없는 짓을 했다. 28일부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당 원로, 사회 원로를 불러 의견 수렴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나 성난 민심 피하기의 꼼수라는 인상이 강하다.

민심은 이미 충분히 드러났고, 대통령이 만나는 사람들은 민심의 대변자라기보다 민심의 역행자에 가깝다. 대통령은 더는 꼼수로 명을 재촉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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