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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최순실 게이트’는 헌정 파괴가 핵심이다

등록 2016-10-31 17:55수정 2016-10-31 18:57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31일 검찰에 불려 나왔다. 최씨는 “죽을죄를 지었다”며 사과했으나, 최씨 소환으로 사건 실체가 성역 없이 드러날 걸로 믿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건 초기부터 증거인멸 우려가 제기된 데 이어, 최씨의 전격적인 귀국과 검찰 출석 등 최근 관련자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짜맞추기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강하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거부한 청와대가 최씨를 내세워 적당한 선에서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을 직시하기 바란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운영과 청와대 문서 유출 사건의 몸통이 최씨라면 또 다른 몸통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봐야 한다.

박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기업에 “문화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했을 뿐 아니라, 최씨가 두 재단 운영 상황을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나왔다고 한다. 기업 총수들을 따로 불러 투자를 독려하고, 전경련의 미르재단 모금액을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올린 것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윗선’이라는 보도도 있다. 정황상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문서 유출도 ‘연설문이나 홍보물’에 한정하지 않고 ‘청와대 보좌체계 완비 이후’에도 계속했을 가능성이 짙다. 2년 전 ‘정윤회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도 최씨가 심어놓은 정호성 비서관을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둔 것도 최씨와의 각별한 관계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최씨 사람인 3인방뿐 아니라 최씨 조카의 고교 친구라는 김한수 행정관, 최씨의 아들까지 청와대 곳곳에 두었으니 최씨에게 넘어간 것이 그 문서뿐이겠는가.

이미 국민은 취임식 당시의 오방낭과 각종 예복뿐 아니라, 개성공단 중단이나 사드 배치 등 외교·안보 정책까지 모든 영역에서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최씨의 행위가 대통령기록물법, 군사기밀보호법, 횡령·배임 등 범죄라면 박 대통령 역시 그 대부분 범죄의 공범일 가능성이 크다. 뇌물·직권남용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두 사람이 헌정 질서를 유린해 ‘국기 문란’의 죄를 저지른 점이다. 헌법이 정부의 대내외 정책과 인사 등 중요 국정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대통령의 자문기관으로 분야별로 국가원로자문회의 등을 따로 명시한 것은 국법 행위가 헌법과 법률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이 헌정 질서의 기본 중의 기본을 허문 것은 중대한 범죄다.

국민의 분노는 이미 임계점을 넘고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섣불리 은폐·축소를 꾀하다가는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검찰은 최씨의 입에만 의존하지 말고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라도, 어디라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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