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새누리당 지도부

등록 2016-10-31 17:56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1일 의원들의 ‘지도부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 “선장은 끝까지 배를 책임져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배가 난파한 원인이 선장에게 있는데도 키를 놓지 않겠다는 건 무모한 고집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지도부나 여전히 상황을 오판하면서 살길만 모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대표는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다. 지금은 이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책임감의 표현인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대표는 두 달 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보여준 자신의 행적을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집권여당의 대표라기보다는 청와대의 당무 비서관처럼 처신하며 당과 국민보다 오로지 대통령 보위에만 온 힘을 쏟아왔다. 심지어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받아본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나도 연설문 쓸 때 지인들의 얘기를 듣는다”며 박 대통령을 감쌌다.

더구나 이 대표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지내며 대통령의 최측근에 있었던 사람이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부터 솔직하게 고백해야 할, 이번 사태의 공동 책임자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며 버티는 건 가증스럽다.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지 않으려 애쓰니까 이 대표도 자리를 지키는 게 주군을 돕는 길이라 생각할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야당을 맹비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도 청와대 눈치를 먼저 보는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상황의 위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