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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밝혀야 할 ‘대통령의 거취’

등록 2016-11-01 18:17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그 시간은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흔들릴 만큼 거대한 소용돌이의 연속이었다. ‘당선자 시절 잠시 최씨가 연설문을 손보았을 뿐’이라는 박 대통령의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국민의 눈과 귀는 이제 다시 박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다시 국민 앞에 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 자리는 지난번 대국민 사과 때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단순히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표명하는 선에서 끝날 수는 없다.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낱낱이 고해성사하고, 대통령 스스로 수사 대상이 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으려면 아예 국민 앞에 나서지 않는 게 낫다. 대통령의 진정한 참회와 고백, 그리고 진실규명에 대한 협조는 국가적 혼란상을 수습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한 걸음 나아가 박 대통령은 당면한 국정 공백 사태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 그 핵심은 대통령의 거취와 앞으로의 역할 문제다. 지금 국민 사이에는 박 대통령의 하야와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화일보>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하야’ 필요성이 36.1%, ‘탄핵 추진’ 주장이 12.1% 등 박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48.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적나라한 민심이고 국민의 보편적 정서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 문제를 밝히는 것은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국 수습책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책임총리제며 거국중립내각 등 다양하게 제기되는 정국 수습방안은 그 자체의 의미와 성격 규정도 모호하지만, 이에 앞서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의 뜻이다. 박 대통령이 다시 국정의 중심으로 복귀하겠다는 생각을 벼르고 있다면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 정도로 정국을 수습하려는 구상 속에서 벌써 후임 총리를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 지금의 국가적 혼란상이 수습될 수 없다는 것은 박 대통령을 빼고는 모두 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거취를 어떻게 정하는 것이 가장 나라를 위하는 일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자신이 국정운영에 복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한다면 앞으로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정의 상당 부분을 위임한다면 형식과 방법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을 방치·조장해온 사람들의 말이나 들어서는 전혀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학계, 종교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 대통령이 만나서 의견을 물을 사람은 수없이 많다.

박 대통령의 결심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빠뜨린 장본인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수습책이라도 빨리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국정 최고책임자를 자처해온 박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완수해야 할 마지막 의무이자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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