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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권력에 눈먼 김병준 총리 후보자의 견강부회

등록 2016-11-03 17:00수정 2016-11-03 18:58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3일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있는데, 김병준씨가 딱 그렇다. 국민은 그를 총리로 인정하지 않고 국회는 인사청문회조차 거부하는 마당인데, 벌써 총리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그를 보면 딱한 생각마저 든다.

김 후보자는 “국정이 붕괴하는 상황을 보고 그대로 있기 힘들었다”고 총리직 수락 배경을 밝혔다. 또 “‘노무현 정신’ 본질은 편 가르기가 아니라 국가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견강부회의 극치다. 국정이 위기인 건 맞다. 하지만 그 책임은 이런 상황에서도 합리적 대처를 할 생각은 않고 권력 유지에만 골몰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 대통령이 민심을 거스르며 지명하는 총리를 하겠다는 건 국정 붕괴에 일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정 국정 붕괴를 막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총리직을 거절하고 대통령에게 ‘권력에서 손을 떼시라’고 고언해야 옳다.

자기 처신을 합리화하려 ‘노무현 정신’까지 왜곡하는 건 가증스러울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먼저 생각한 건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었다. 그의 인권변호사 시절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국가는 곧 국민”이란 대사가 바로 노무현 정신이다. 개인 영달을 위해 전직 대통령까지 왜곡하는 김 후보자에게선 최소한의 인간적 신의조차 찾아볼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건 비현실적인 발언들이다. 김 후보자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100% 권한을 행사하겠다” 등등을 말했다. 그러나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그가 국회 인준을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오죽하면 ‘야당 반응을 떠보려는 사석 카드’라는 평가가 나오겠는가. 권력 집착이 인간을 얼마나 타락시키고 눈멀게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병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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