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검찰과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곧 이뤄지게 됐다. 헌정사의 유례없는 참극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규명하려면 의혹의 중심인 박 대통령 수사는 지극히 당연하다. 이제는 한 점 남김없이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이니 최소한의 예우는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늉뿐인 조사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 판시대로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것에 그칠 뿐 일반 국민과 다른 그 이상의 특권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대통령도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는 것이 옳다. 현실적인 사정 때문에 소환조사가 어렵다면 최소한 직접 얼굴을 맞대고 조사하는 방문조사는 이뤄져야 한다. 서면조사는 대리 답변을 막지 못하고 사실 규명에 한계가 많다. 사건을 마무리하는 핑계로나 쓰였던 서면조사에 그쳤다가는 되레 더 큰 비난을 받게 된다.
방문조사를 하더라도 제한은 일체 없어야 한다. 제기된 의혹은 물론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나는 의문점까지 빠짐없이 규명할 수 있도록 조사 시간과 횟수를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 필요하면 대질조사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수사를 받겠다고 나선 마당이니 제대로 못 한 청와대 압수수색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에서 박 대통령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의자다. 대통령의 지시 없이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는 물론 군사·외교·경제 기밀이 담긴 온갖 청와대 문건이 최순실씨에게 유출될 순 없었을 것이다. 공무상 기밀누설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가 분명하다. 최씨가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인사·정책·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관리들이 도왔다면, 이 역시 대통령 지시나 비호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이 강제로 돈을 모으는 과정, 최씨 회사 지원으로 귀결된 재단의 사업 추진 과정에도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여가 있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뇌물, 직권남용, 횡령 등의 공범이나 교사범이 될 수 있다. ‘몰랐다’거나 ‘선의’ 따위 변명으로는 덮을 수 없는 범죄다.
검찰은 더는 수사 가이드라인이 뭔지 두리번거리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또 머뭇대다간 검찰은 물론 국가에 대한 신뢰마저 영영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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