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나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오만하기 짝이 없었고, 검찰은 설설 기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뒤바뀐 관계는 우씨가 조사 과정에서 팔짱을 끼고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에 검찰 직원들은 손을 모은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사진 한 장이 웅변한다.
검찰의 비굴한 자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는 7일 오후 “우 전 수석의 직무 수행상 잘못이 드러나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 출국금지 조처도 내렸다. 애초 검찰이 “우 전 수석의 수사는 최순실씨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데서 크게 후퇴한 셈이다.
우씨는 ‘최순실 게이트’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씨가 안하무인으로 활개를 치며 국정을 농단한 것은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진 민정수석의 묵인이나 방조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백보를 양보해도 직무유기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우씨는 최씨의 국정농단을 눈감아준 정도를 넘어 배후 몸통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우씨가 ‘문고리 3인방’과 한통속이 돼 청와대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은 청와대 주변 인사들한테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문고리 비서관들이 각종 국가기밀 문서를 최씨에게 넘기고, 최씨가 청와대를 수시로 들락거리게 한 것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우씨가 몰랐을 리 만무하다. 게다가 최씨가 롯데에서 70억원을 뜯어냈다가 갑자기 돌려준 시점이 롯데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직전인 점을 고려하면, 우씨가 최씨에게 몰래 수사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황이 이런데도 검찰이 최씨 국정농단에 대한 우씨의 책임을 애써 눈감으려 하는 것은 ‘우병우 라인’이 여전히 검찰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씨에 대한 수사의 책임을 진 윤갑근 고검장만 해도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은 없었다’는 수사 결론을 내린 장본인이다.
우씨에 대한 수사는 이제부터는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가 맡아 본격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검찰이 우씨 앞에서 계속 쩔쩔매며 면죄부만 남발해서는 검찰 조직이 영영 살아날 길이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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