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가 8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과 관련해 삼성전자 사옥과 대한승마협회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삼성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2008년 1월 ‘이건희 회장 비자금 특검’ 이후 8년 만이다.
삼성은 정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씨의 강요에 못 이겨 마지못해 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은 지난해 9~10월 최씨가 독일에서 만든 스포츠컨설팅회사인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280만유로(약 35억원)를 건넸다. 지난 5월에는 정씨를 위해 협력업체인 모나미를 통해 230만유로(약 29억원)를 들여 독일 승마장을 사들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정씨를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시키기 위해 4년 동안 186억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씨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뛴 것이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사실을 알고 잘 보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바친 성격이 강하다. 대가성이 의심되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삼성이 무슨 대가를 바라고 최씨 모녀에게 거액을 줬는지, 그리고 실제로 무엇을 얻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승마 지원은 삼성전자의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이사회에 정식으로 보고되거나 심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배임·횡령죄에 해당될 수 있다. 세간에는 최씨와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원활한 후계 승계 문제 등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에는 이 부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관여했을 개연성이 높다. 당시는 의식불명 상태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이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하고 있던 때이다. 대통령의 비선 실세에게 거액을 주는데 계열사 사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했을 리 만무하다. 이 부회장에게 보고되고 승인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특히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 17명과 간담회를 한 직후 7명을 개별적으로 불러 비공개 독대를 했는데, 이 부회장도 포함됐다. 이 부회장이 수사에서 비켜갈 수 없다. 만약 검찰이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삼성에 대해 또 ‘면죄부용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이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가운데, 건물 밖에서 ‘반올림’ 회원들이 삼성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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