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씨 등이 드나들었던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와 노화방지 전문병원인 ㅊ병원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제이티비시>(JTBC)는 성형외과 원장이 전문의가 아닌데도 서울대 외래교수로 위촉되고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했으며, 관련 화장품이 청와대의 명절 선물로 채택됐다고 보도했다. ‘피부 리프팅’ 시술 전문인 이 병원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나섰고, 해외 진출 실패가 수석 경질 사유가 됐다고도 한다. 청와대에서 비롯됐을 특혜가 여럿 겹쳤으니 의심은 당연하다.
ㅊ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은 최씨 등의 진료를 맡은 뒤 보건복지부에서 연구중심 병원으로 선정돼 192억원의 국고지원을 받고, 지난 5월과 9월 박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도 포함됐다. <제이티비시>는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이 병원을 여러 차례 찾았고, 취임 뒤에도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최씨가 대리로 처방받아 갔다고 보도했다. 대체 어떻게 쓰인 약제일까.
이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16일, 대통령이 대면보고도 받지 않고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던 ‘7시간’ 동안 마취가 수반되는 노화방지 시술을 받지 않았느냐는 의혹 때문이다. 사실이면 14차례의 서면보고에도 대통령이 전혀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 오후 늦게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와 횡설수설한 이유 등 풀리지 않던 퍼즐이 맞춰진다. 상상하기도 싫은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심각한 도덕적 타락이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면 더 큰 문제다. 대통령으로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는지까지 의심받게 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담화에서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금의 의혹은 그런 소문보다 더 구체적이다. 대통령은 ‘숨겨진 7시간'에 대해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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