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의혹은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며 “박 대통령은 당일 청와대에서 정상 집무를 봤으며 지속적으로 15차례에 걸쳐 상황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를 두고 성형 시술설 등 각종 의혹이 번지자 이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발표는 의혹을 풀기는커녕 궁금증을 더욱 키웠을 뿐이다.
청와대가 밝힌 내용은 사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청와대는 그동안에도 “박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 “(대면보고를 전혀 받지 않은 것은) 유선보고와 문서보고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정 대변인의 발표는 기존 주장에다 “성형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부인을 더한 수준이다. 그러나 ‘안 했다’는 주장만 있을 뿐, 그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했다’는 내용은 여전히 없다. 이런 식으로는 의혹이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정 대변인이 말한 ‘15차례의 보고’만 해도 그렇다. 보고가 올라갔는지는 모르지만, 박 대통령이 그것을 직접 보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든가”라는 엉뚱한 질책을 했다. 그때는 이미 수백명의 학생과 승객들이 배 안에 갇힌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이 15차례나 보고를 받았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엉뚱한 말이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정상 집무’를 주장하면서도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었는지, 관저에 있었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다. 관저는 대통령이 쉬는 공간이며, 국가적 위난 사태가 일어나면 당연히 집무실에 ‘정위치’하는 게 정상이다. 이런 대목을 명쾌히 밝히지 않은 채 국민한테 궁금증을 접으라고 해서 통할 리가 없다.
미국의 9·11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행적을 분초 단위까지 세밀히 밝혀냈다. 이를 위해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대면조사까지 벌였다. 국가적 위난 사태에서 대통령의 행적은 그만큼 중요하다. 청와대는 “성형수술과 굿을 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시간대별로 소상히 밝혀야 한다. 7시간의 미스터리는 결코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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