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0일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밀려서는 절대 사퇴 안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거센 사퇴 요구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뜻임을 밝힌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그 이유가 또한 가관이다. “나를 ‘제값’으로 대접해준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다.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어도 인간적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새누리당 당권을 부여잡고 있는 게 박 대통령을 지키는 길이란 뜻이다. 이쯤 되면 가히 ‘조폭의 의리’라고밖엔 말할 수 없다.
여당 대표가 정치를 하는 이유가 국민과 당이 아닌 ‘자신을 사람대접 해준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서라니 말문이 막힌다. 그럴 거라면 대통령 바로 옆에서 비서를 하는 게 딱 제격이다. 비서가 주군에게 인간적 의리를 지키는 거야 누가 심하게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이정현씨는 지금 공당의 대표다. 28만 당원이 뽑은 집권여당 대표다. 당연히 대통령보다 당과 당원을 생각하고,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약속한 것도 바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 아니었는가. 이 대표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보냈다는 ‘장관님, 정현입니다. 자꾸 비서 운운하시니 정말 속이 상합니다. … 충성충성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라는 문자도 그의 자질과 품격을 의심케 한다. 아무리 사적 대화라 해도 뒤에선 그런 식으로 읍소하고 앞에선 야당을 비난하는 사람을 공당 대표로 두는 건 우리 정치 수준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이정현씨는 당장 대표직을 그만둬야 한다. 그게 자신을 뽑아준 당원을 욕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이 대표뿐 아니라 친박 지도부가 모두 사퇴해야 비로소 국회를 중심으로 위기 극복을 논의할 수 있는 실마리가 열린다.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이런 대표를 용인하며 민심에 역행할 건가. 이제 선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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