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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문화융성’ 내걸고 사감으로 ‘문화 탄압’한 대통령

등록 2016-11-17 17:02수정 2016-11-17 22:56

청와대가 코미디 프로 <에스엔엘(SNL) 코리아>와 영화 <변호인> 등을 제작·투자한 씨제이그룹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청와대 수석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선 배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에스엔엘>은 지난 대선 당시 박 후보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유명한 프로였다는 점에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개인적인 복수에 악용하는 대통령의 저급하고 편협한 발상과 수준에 말문이 막힌다. 씨제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흥행시킨 죄로 <국제시장>을 만들어야 했다는 말까지 나오니 문화 영역에까지 극단적인 이념잣대를 들이대는 그 야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행태와 사고방식이 소름끼칠 정도다.

<한겨레> 취재 결과, 2013년 7월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이 구속된 직후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경식 후임 회장에게 전화해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에 씨제이를 손보라는 주문을 했다고 당시 문체부 고위관계자가 증언했다. 이 부회장이 반발하고 문체부가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2014년 초 <변호인>이 관객 1천만명을 넘어서자 압박 강도가 훨씬 강해졌다고 한다. 문체부가 버티자 대신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조사에 나서 12월 32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에 항의하며 조 수석과의 통화 녹취록까지 보냈다. 민정수석실이 조사에 나서자 조 수석은 “대통령 지시”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 뜻’을 확인하고 10월 미국으로 떠났다. 한마디로 “하와이로 떠나라”던 조폭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인데 그 두목이 대통령이라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박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피살을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들>이 만들어진 2005년께부터 이 작품을 배급한 씨제이그룹에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겉으로는 ‘문화융성’ 운운하면서 속으로는 개인적 복수심에 ‘문화 탄압’ ‘기업 탄압’을 자행했으니 이보다 더 이중적이고 교활한 대통령이 어디 있는가.

재벌의 약점을 잡아 돈 뜯어내는 것도 모자라 개인 감정으로 기업 내부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면 명백한 업무방해요 직권남용이다. 그 파렴치한 죄상을 드러내 엄히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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