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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입학특혜·학사특혜의 배후 못 밝힌 ‘반쪽 감사’

등록 2016-11-18 17:20수정 2016-11-18 19:29

교육부 감사 결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에 특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연이 겹쳤을 뿐’이란 학교 쪽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음이 뒤늦게나마 확인된 것이다. 교육부는 18일 정씨의 입학 취소와 최경희 전 총장 등에 대한 중징계를 이화여대에 요청하고, 최씨 모녀와 함께 수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그동안 언론을 통해 드러난 최씨 모녀의 전횡과 횡포가 그나마 교육부를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은 성과다. 그러나 최씨 모녀가 어떤 경로로 특혜를 받았는지, 모녀의 청탁을 받고 교수들을 움직이게 한 배후의 핵심인물이 누구인지 등은 제대로 드러난 게 없다. 아무리 강제력을 지닌 수사가 아니라고 해도 문제의 핵심을 빼놓았으니 반쪽짜리 감사가 아닐 수 없다. 정씨를 서둘러 입학 취소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미봉하려는 인상이 짙다. 특히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이대가 8건이나 선정돼 정씨 특혜 입학과의 관련설이 제기돼 왔는데도 자체 조사도 안 해보고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교육부 감사 결과를 보면, 2014년 10월 면접 당시 입학처장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의 선발을 강조하며 입시지침과 달리 면접장에 금메달 반입까지 허가했다고 한다. 면접 과정에서는 한 교수가 쉬는 시간에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두 명의 학생을 거론하면서 “전성기가 지나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폈고 결국 이들을 제치고 정씨가 6등으로 턱걸이 입학을 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정씨를 입학시킨 것이니 교육자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른 셈이다.

입학 뒤에도 세 학기 동안 8개 과목에서 한차례도 출석을 안 했는데도 출석을 인정하고, 시험은 물론 과제물을 안 냈는데 학점을 주는 등 한마디로 정씨를 위한 맞춤형 학사관리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교수들이 왜 이런 입학특혜, 학점특혜를 저질렀을까 하는 점이다. 교육부 감사관은 김아무개 학장이 입시에 관여한 것은 물론 ‘정유라에 신경 써라’며 학사관리에도 개입했다는 교수들의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교수들은 승마를 수시전형에 추가하고, 훈련을 출석으로 대체하는 학칙 개정에도 김 학장이 영향력을 미쳤다고 말한다. 그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친분이 있고 남편이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공모에 지원해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는 등 석연찮은 행적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본인이 부인한다’며 더 파헤치지 않았다.

40년간 최씨 일가가 저지른 불법과 비리는 단군 이래 최고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백년대계인 교육 현장을 망가뜨리고, 입시만은 공정할 거라 믿었던 학생들의 꿈을 빼앗은 죄는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다. 감사에서 미진한 대목들은 수사를 통해 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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