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월19~20일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18일 밝혔다. 검찰 수사와 언론의 추적 보도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사실상 주범으로 드러나면서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놓더니, 이젠 밖에 나가서까지 나라 얼굴에 먹칠을 할 모양이다.
박 대통령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가 추진은 몇 가지 점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 우선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 국제정세의 향방을 엿볼 수 있는 페루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는 총리를 대리 참석시키면서 한-중-일 정상회의엔 직접 가겠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및 동북아 정세에 큰 발언권을 가진 국가의 정상이 모두 모이는 회의에는 빠지면서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참석하겠다는 것은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사욕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버티기 자세에 시민의 분노가 한층 커지면서 실제로 일본에 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지만, 설령 간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거둘 성과는 ‘망신' 말고는 없을 것이다. 일본 정부로서는 국내에서 곤궁한 처지에 몰린 대통령을 칙사 대접하면서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려고 할 것이고, 일본의 언론과 시민은 샤머니즘과 비선 실세에 사로잡혀 국정을 망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며 조롱용 화젯거리로 삼을 게 뻔하다.
최근 급속도를 내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배경에는 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전에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쟁점을 미리 해소하자는 뜻도 있다고 한다. 그 대통령에 그 외교·안보 참모이다. 대통령이 상황파악을 못해 국익을 해칠 것 같으면 장관이나 참모들이라도 나서서 뜯어말려야 하는데 오히려 같이 ‘망국의 춤’을 추고 있다.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이 제구실을 못하면 시민이 일깨워줄 수밖에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