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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법적 정당성마저 잃은 ‘밀실 국정교과서’

등록 2016-11-24 17:31수정 2016-11-24 22:07

법원이 24일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교육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8일 현장 검토본 공개와 함께 집필기준도 공개될 예정이어서 한참 늦은 ‘뒷북 판결’이긴 하나 교육부의 밀실행정이 얼마나 정당성이 없는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통상의 ‘3년 일정’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밀실 교과서는 법적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는 판단이니 교육부는 그 취지를 겸허히 받아들이기 바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이날 “편찬(집필)기준이 공개된다고 해서 국정 교과서 집필·심의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현저하게 지장 받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개 요구를 받아들였다.

교육부가 그간 보여온 행태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11월 교육부 고시로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하면서 집필자는 물론 집필기준 등 일체의 관련 행정을 비밀에 부쳤다. 그렇게 도둑질하듯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행해온 것은 스스로도 당당하게 추진할 일이 아니라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현장 검토본 공개 등 국정 교과서 발행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교육부에 대해 각계의 반발과 철회 요구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전국 102개 대학 역사학자 561명은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전교조는 21일부터 이준식 장관 퇴진요구 온라인 서명을 시작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교사들은 27일부터 1인시위에 나선다. 470개 교육·시민단체가 연대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28일 현장 검토본이 공개되면 곧바로 불복종 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역시 24일 국정 교과서 추진 즉각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정 교과서는 이미 절차와 내용 면에서 법적, 도덕적 정당성을 잃었다.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하는 교과서를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만든다는 건 세계적인 조롱거리다. 교육부가 여기에 들러리 서는 일을 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이와 함께 법원과 헌법재판소에도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월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 명단 공개 요구를 기각한 법원이 현장 검토본 공개를 코앞에 두고서야 공개를 받아들인 것은 기회주의적이다. 국정화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아직도 뭉개고 있는 행정법원 재판부와 헌재에도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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