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했다. 24일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가 1296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다. 3분기에만 38조원이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대로 가면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시간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음달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부실 대출이 늘어나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부채만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 곳곳이 지뢰밭이다. 조선과 해운업 등 부실기업 문제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인데, 구조조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또 경제의 양 축인 내수와 수출 모두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 기준으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줄었다. 늘어도 시원찮을 판에 감소하고 있다. 특히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5.9%나 줄었다. 저소득층일수록 더 힘든 상황이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서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비지출도 0.2% 줄었다. 내년에 트럼프 정부가 출범해 미국이 본격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시행하면 수출도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에는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지금 정부는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다. 자격과 권위를 모두 잃은 대통령이 오로지 자기 살길을 찾으려고 자리만 지키고 있는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고 시의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리 없다. 국민 대다수가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끝까지 버티기를 하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2명인 비정상적인 구조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경제가 결딴나든 말든 나는 모르는 일이고 임기를 채우겠다는 대통령 탓에 한국 경제가 골병들고 있고, 그 가장 큰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정을 농단하고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경제마저 망가뜨린 대통령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