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야당 주장대로 허겁지겁 12월2일 또는 9일에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처리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개헌과 탄핵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일정을 여야가 협상하자는 뜻으로 들린다. 검찰 수사와 민심의 향방을 보고도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탄핵’은 정치적으로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 오직 헌법과 국민 뜻에 따라서 조건 없이 빠르고 단호하게 추진하는 게 옳다.
현직 대통령 탄핵은 매우 엄중한 정치 행위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오직 ‘탄핵’이란 본질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정진석 원내대표는 탄핵 이후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선거가 내년 봄에 치러지면 새누리당에 불리할 거라는 계산이다.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신속하고 질서있게 끝낼 생각은 않고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비록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의 비판을 받고 거둬들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새누리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역자’ 발언도 매우 부적절하다. 추미애 대표는 24일 “새누리당에 구걸해서 표가 적당히 모였다고 (탄핵 표결을) 덜컥 하면 안 된다” “부역자 집단의 당 대표를 지낸 분(김무성 전 대표)이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한다”며, 탄핵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을 비난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이 국정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건 국민 모두가 잘 안다. 그러니 25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국민의당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비박계의 책임을 따지고 비난할 때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권력욕이 여전히 강하고 친박 세력은 탄핵안 부결에 온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한명이라도 더 분명하게 탄핵 대열에 동참시키는 게 훨씬 중요하다. 추미애 대표의 발언은 이런 노력에 재를 뿌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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