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다시 온 국민이 촛불을 든다. 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제5차 범국민행동에는 서울 광화문에만 150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촛불집회 인원까지 합하면 200만명은 족히 넘을 듯하다. 남녘의 농민들은 갑오년의 농민군처럼 ‘전봉준 투쟁단’을 꾸려 함께 광화문에 집결한다. 서울로 올라오는 1000여대의 트랙터는 시인 안도현이 ‘서울로 가는 전봉준’에서 노래한 대로 ‘깊은 땅속에 잔뿌리 내린 이름 없는 들꽃들’이 일어나 외치는 함성이다.
촛불은 5천만 주권자의 간절한 염원이고 단호한 명령이다. 국론은 통일됐고 국민은 하나가 됐다. 갤럽 여론조사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까지 떨어졌다고 알렸다.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3%까지 곤두박질쳤다. 국민의 마음속에서 대통령은 벌써 끌려 내려와 탄핵당했다. 박 대통령과 보좌진에게 단 한 줌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범죄 소굴이 된 청와대에 틀어박혀 버티면 버틸수록 이미 만신창이가 된 국정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다. 경제는 골병들어 기초까지 흔들리고 있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은 언제 폭탄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 그런데도 반신불수가 된 대통령과 정부는 오기를 부리듯 나라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체결로 군사대국화를 노리는 일본에 먹잇감을 던져주는가 하면, 사드 배치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잖아도 대중국 수출은 16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사드 파동으로 중국 내 한류마저 말라붙었다. 나라 경제가 이대로 가면 언제 어떻게 주저앉을지 알 수 없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국정의 폭주를 저지할 힘은 촛불 든 국민의 직접행동밖에 없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계는 나라가 한파에 꽁꽁 얼어붙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그러나 날이 추워진다고 위축될 촛불이 아니다. 26일 촛불은 나라 안에서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23개 나라 67곳에서도 동시에 타오를 예정이다. 촛불의 네트워크가 지구촌을 휘감고 있다. 법원은 26일 집회에서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광장의 촛불은 탄핵과는 별도로 타올라야 한다. 국민이 지금 바라는 것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탄핵은 나라의 정상화를 위한 하나의 절차일 뿐이며 그 절차조차도 촛불이라는 동력이 있어야만 힘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새벽이 밝아오기 직전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간절하고도 담대한 마음으로 촛불을 켜자. 수백만, 수천만 개의 촛불로 어둠을 몰아내고 새날을 불러들이자. 나라의 근본을 바로잡고 새판을 짜는 시민혁명의 함성을 함께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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