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끝내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국회는 7일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해 우병우 전 수석과 그의 장모 김장자씨를 청문회에 세우려 했으나 두 사람이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전달하지 못했다.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낸 인사의 처신치고는 너무 뻔뻔하고 얄밉다. 국회는 관련 법을 고쳐서라도 우병우 전 수석처럼 법률지식을 활용해 국회 출석을 회피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
그간 우병우 전 수석의 행태를 보면, 그 간교함과 용렬함에 국민들로선 분통이 터질 정도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는 지난달 27~29일 사흘간 청문회 출석요구서 전달을 위해 우 전 수석 자택에 입법조사관을 계속 보냈지만, 우 전 수석은 이미 가족들과 집을 비운 상태였다고 한다. 국회는 청문회 당일인 7일 오전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지만, 역시 우 전 수석과 장모 김장자씨 소재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국회가 출석요구서를 보낼 무렵부터 우 전 수석은 일부러 몸을 피했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국회 증언감정법을 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을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을 적용하려면 청문회 출석요구 사실이 본인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우 전 수석이 출석요구 사실을 전달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그를 처벌하는 게 쉽지 않다. 법을 꿰고 있는 그가 노린 것도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낸 인사가 국회와 국민의 요구를 어쩌면 이렇게 교묘하게 외면할 수 있는지, 공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민정수석 재직 시절에는 그 입으로 ‘법질서 확립’을 강조했으니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나 소명의식은 찾을 수 없다. 고위 공직을 지낸 법률 전문가가 자신의 죄를 감추고 책임을 피하려 법을 활용할 때 우리 사회의 누가 법과 원칙을 존중하고 지키려 애쓰겠는가.
국회는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당장 나서야 한다. 출석요구서를 의도적으로 회피할 경우엔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규정을 바꿔야 할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알량한 법 지식을 활용해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다고 희희낙락할지 모르지만 역사엔 ‘최악의 법비’로 기록될 것이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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