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무섭게 늘고 있다. 발생 한 달도 안 돼 살처분되는 닭·오리 등 가금류 수가 1천만마리에 육박한다. 지금 추세라면 195일간 1396만마리가 살처분된 2014년 수치를 넘어 역대 최단 기간 최대 피해를 기록할 기세다. 정부가 12일에야 방역대책본부를 확대하는 등 긴급대책을 내놓았으나 너무 늦었다. 2년 전 그렇게 심각한 피해를 보고도 다시 비슷한 잘못을 저지른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이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13일 0시부터 48시간 동안 전국의 가금류 관련 사람과 차량·물품의 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에이아이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26일 만에야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움직였으니 늑장 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대응은 일본과도 비교된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에이아이 바이러스가 발생했으나 초기부터 경계 수준을 높이고 선제적 살처분으로 피해를 대폭 줄였다고 한다.
이번에 확인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5N6 고병원성으로, 중국에서는 사람이 7명이나 숨질 정도로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가 영남을 제외한 전국으로 빠르게 번진 것은 해남과 음성 등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뒤 초동대처에 실패한 탓이 크다. 사료배급 차량 등의 이동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주무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무능 대통령 밑에서 받아쓰기만 하다 업무역량조차 상실한 것이 아니라면 국정 공백을 틈타 게으름을 피웠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도덕성 논란으로 국회로부터 해임건의까지 당한 김재수 장관이 업무능력마저 부족한 무능 장관임이 확인됐으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이제라도 온몸을 던져 피해가 더 확산하지 않도록 조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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