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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헌정 질서 흔드는 ‘청와대의 대법원장 사찰’ 폭거

등록 2016-12-15 17:44

청와대가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간부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15일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됐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출석해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문건이 있다”고 증언했다. 사실이라면 삼권분립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권력남용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상식을 뛰어넘는 못된 행동을 전방위적으로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 전 사장이 특위에 제출한 문건을 보면, ‘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 중 등산 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이란 제목 아래 “양승태 대법원장이 매주 금요일 오후 일과시간에 등산을 떠난다는 언론 보도가 예상되자, 일과 종료 후에 등산을 한다고 적극 해명하면서도 당혹해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최성준 당시 춘천지방법원장에 대해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대법관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이란 제목으로 “관용차 사적 사용 등 부적절한 처신에다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언론 등에 대놓고 지원을 요청해 눈총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적고 있다.

이런 정보를 누가 어떤 경로로 수집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그러나 사법부 동향 파악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현 정권의 성향으로 본다면, 대법원장 사찰까지 하는 게 어쩌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최근 공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보면, 청와대가 법조계를 통제하기 위해 애를 썼던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다. 한 예로, 2014년 9월4일자 비망록엔 ‘법원 영장-당직판사 가려 청구토록’이란 메모가 적혀 있다. 청와대가 당직판사 명단과 성향을 미리 파악해서 대응했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법부 사찰은 다른 어떤 행동보다도 무겁고 질이 나쁜 불법 행위다. 권력의 분산과 견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를 깡그리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가소롭다는 듯이 짓밟아버렸다. 사법부에 이런 짓을 했으니 다른 분야엔 얼마나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횡포를 부렸을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대법원이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고 거세게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 정권의 사법부 사찰 의혹은 앞으로 국회뿐 아니라 특검에서도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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