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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끝까지 민심 등지고 자멸의 길로 가는 ‘친박 무리’

등록 2016-12-16 17:13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 후보인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이 16일 당선됐다. 정 의원은 비박계 대표로 나선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을 7표 차로 눌렀다. 정 의원이 얻은 표(62표)는 친박계가 결성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회원 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민심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집권여당에도 해체에 준하는 환골탈태를 하라고 주문했는데, 새누리당은 오히려 똘똘 뭉친 친박계에 의해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총선이 3년 넘게 남았기로서니 이렇게 대놓고 민심에 역행하는 친박계 의원들은 과연 제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 순장조를 자처하며 역사의 낙오자가 되기로 작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우택 새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시국일수록 분열 없이 화합과 혁신으로 당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해준 친박계의 뜻이 ‘당의 화합과 안정’에 있다는 얘기인데, 국민 뜻에 반하는 정치세력이 어떻게 화합과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1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15%까지 떨어졌다. 1998년 아이엠에프(IMF) 사태로 정권을 잃은 직후의 지지율과 비슷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5년 이후 당 지지율이 평균 40% 안팎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국민의 ‘사형 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가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인 친박계가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당권을 부여잡고 주인 노릇을 계속하고 있으니 이런 기막힌 상황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원내대표 경선 직후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새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는데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술수이다. ‘친박’ 원내대표를 세워놓고 또 다른 ‘친박’ 지도부가 뒤로 물러나는 것은 비난의 시선을 가리려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하는 등의 정치적 꼼수를 부린 것과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국정운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듯이,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는 한 새누리당은 한 걸음도 새로운 출발을 할 수가 없다.

새누리당은 자멸의 낭떠러지로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민심을 등진 정당의 말로를 보고 싶다면, 끝까지 달리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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