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광주지검 세월호사건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압수수색은 하지 마라’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상황실에는 4월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와의 통화 내용 등이 보관돼 있었다. 그런 자료가 공개되면 청와대의 황당한 상황 인식과 부실한 대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날까 압수수색을 막으려 했던 모양이다. 명백한 수사 방해이고, 딱 떨어지는 직권남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승객 구조를 방기한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하려는 검찰 수사팀에 ‘적용 불가’를 압박했다고 한다. 그런 압박에도 압수수색과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관철한 검찰 수사지휘부가 이듬해 좌천 등 ‘보복인사’를 당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고 한다.
이런 행태는 ‘관행’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다. 대통령이든 민정수석이든 청와대의 누구도 검찰의 사건 수사를 간섭하거나 지휘할 법적 권한은 없다. 법무부 장관도 개별 사건에선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을 뿐이다. 압수수색을 그만하라거나 특정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 따위로 검찰의 형사사법 업무에 간섭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검사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된다. 재직 시절 지휘선에 있던 지방검찰청의 내사 사건을 종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가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를 받은 전직 검찰총장도 있는 터다. 하물며 민정비서관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민정수석실 감찰반의 보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정보원 국장이 관련 정보를 직보하기도 했고 장모와 최씨가 긴밀한 사이여서 사정을 뻔히 알 텐데도 의혹을 방치했으니 그야말로 직무유기다. 압수수색 등 검찰의 수사정보가 최씨 쪽에 흘러갔다는 의혹도 있다. 특검은 이들 의혹까지 낱낱이 수사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이 ‘도피’ 끝에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면 따져 물어야 할 것도 여럿이다. 2014년 정윤회씨 등의 국정농단을 문건유출 사건으로 둔갑시켜 진상규명을 방해한 게 사실인지,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사정정국으로 돌파하려 할 때마다 검찰을 도구로 활용했는지 등도 추궁해야 한다. 하나하나가 다 직권남용과 국정농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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