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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황 총리의 ‘대통령 놀이’ 더는 안 된다

등록 2016-12-20 18:03수정 2016-12-20 20:15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애초 ‘전례’ 운운하며 버티던 태도를 접고 ‘총리 자격’으로 국회에 나왔다. “국회 소통과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해 많은 노력을 병행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한껏 몸을 낮추는 모습도 역력했다. 황 총리의 이런 모습은 ‘불통 권한대행’에 대한 민심의 차가운 시선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바뀌었는지는 의문이다.

황 총리는 최근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한국마사회장에 임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신호탄이다. 황 총리는 이날 자신의 인사권 행사 논란에 대해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득이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마사회장 임명이 얼마나 시각을 다툴 정도로 긴요한 국정 공백 메우기인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신임 마사회장 임명을 두고는 “관피아의 무혈입성”이라는 비판까지 무성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인사 원칙과 검증 체계가 그대로 존속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인사를 계속하는 것은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

국정 역사교과서 발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성과연봉제 도입 등 정부의 ‘박근혜표 정책’ 강행 흐름의 정점에는 황 총리가 있다. 이런 사안들은 최소한 새 정부가 들어서 결정하도록 권한대행은 잠시 옆으로 비켜 서 있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황 총리는 마치 자신이 ‘선출된 권력’이나 되는 것처럼 저돌적인 자세로 ‘탄핵당한 정책’들을 강행하고 있다. 황 총리를 향해 “자기 분수를 모르고 ‘대통령 놀이’에 취해 있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거듭 말하지만 황 총리는 운이 좋아 그 자리에 올랐지 원칙대로라면 ‘병역기피 의혹자’로 총리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의 세월호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특검 수사 대상으로까지 떠올랐다.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은 것은 능력이 뛰어나서도 리더십이 탁월해서도 아니다. 제발 착각하지 말고 ‘성실하고 겸손한 관리자’로서의 직무에만 충실하라. 오는 토요일에도 국무총리 집무실과 총리 공관 주변에서는 “황교안도 퇴진하라”는 촛불의 함성이 울려 퍼질 것임을 결코 잊지 말기 바란다.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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