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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탈당파, ‘박정희 체제’와 결별 없인 의미 없다

등록 2016-12-21 17:46

유승민 김무성 나경원 등 비박계 의원 35명이 오는 27일 새누리당을 집단 탈당하기로 결의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탈당 대열에 합류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들이 탈당하면 새누리당은 말 그대로 두 쪽으로 갈라지는 분당 사태를 맞는다. 정당의 분열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친박계라는 ‘반동적 보수’의 집합처가 된 상황에선 달리 길이 없었을 것이다. 이왕 갈라설 거라면, 탈당파들은 ‘극우 보수’와는 분명히 선을 긋는 열린 보수, 개혁적 보수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과거에도 의원 몇명이 새누리당 전신인 민자당 또는 신한국당을 탈당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수십명이 대거 탈당해 원내교섭단체를 별도로 구성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보수의 본산’을 자처하는 새누리당이 역사적 수명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념적 오류나 잘못된 행동은 언제든 고치면 된다. 그러나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탄핵당한 대통령 편에 서서 끝까지 국민과 싸우겠다는 친박계 중심의 새누리당은 정당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정치 패거리일 뿐이다.

탈당파 역시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친박에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자신들은 탄핵 찬성과 탈당으로 잘못을 용서받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느냐가 이들의 탈당이 옳았는지 증명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의 이해득실만 생각해서 친박계와 다시 손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해선 정당성도 의미도 없다.

이들의 탈당은,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반동적 보수’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음을 뜻한다. 1960년대 이후 개발독재와 정경유착으로 상징되는 ‘박정희식 국가운영 이데올로기’가 한국 보수의 기반이었고 새누리당 존재를 규정한 핵심 가치였다.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박정희 집착’이 결국 딸 박근혜의 철저한 실패로 귀결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당파는 ‘박정희 체제’와 결별하고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해 유승민 의원이 제시했던 ‘공정한 시장경제’ ‘복지 확대’ ‘재벌 개혁’ 등이 바로 그런 방향이리라 믿는다. 정치행태뿐 아니라 노선에서도 새누리당과 분명하게 갈라설 때 탈당파들에겐 정치적 활로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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