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시행 여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교육부가 기회주의적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22일 새누리당이 마련한 토론회에 참석해 “국정교과서 폐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부단장은 “아이들이 촛불집회 한다니까 우르르 가서 막 얘기한다”고 촛불시위를 헐뜯는 듯한 말도 했다. 교사들이 좌 편향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했다. 국민 절대다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자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박 부단장은 이 자리에서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는 문제는 다음주에 부총리(이준식 교육부 장관)께서 발표하실 것”이라며 “여러 가지 고심을 많이 하고 계신데 이게 금방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년부터 바로 국정교과서 체제를 밀어붙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박 부단장은 내년 1월 말 완성을 목표로 해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성난 촛불 민심의 눈치를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정교과서를 살릴 기회를 엿보는 얄팍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여러 차례 지적한 대로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정권 치적 홍보에 눈이 먼 ‘박근혜 가족용 교과서’에 지나지 않는다. 박정희 정권 시절을 서술하는 데 지면을 대거 할애하면서 그 뒤의 역대 정부에 대한 서술은 대폭 줄인 것이 단적인 증거다. 박근혜표 정책들은 대통령 탄핵과 함께 탄핵당했다. 그중에서도 폐기해야 할 정책 제1호로 꼽히는 것이 국정 역사교과서다.
교육부는 23일까지 국정교과서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내주 초 국정교과서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 뜻은 이미 드러났다. 이준식 장관도 21일 국회 답변에서 국민의 63%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고 인정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23일 국정교과서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이 정도면 더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교육부가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박근혜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해온 잘못을 씻고 국민의 뜻을 따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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