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리 첫 준비절차에서 쟁점을 정리한 데 이어 23일 전체 재판관 회의를 열어 증거 등을 검토했다. 헌재가 탄핵 사유 13가지를 압축해 5가지 유형별로 나눠 심리하기로 결정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사유별이 아니라 유형별로 묶어 심리하면 하나의 증거나 사실관계로 여러 건의 헌법과 법률 위반을 동시에 판단할 수 있는 등 심리가 빨라질 수 있다. 또 재판부가 “당사자주의와 변론주의가 기반이 돼야 하지만 직권주의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 것도 지연전술은 직권으로 중단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보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 대통령 쪽이 답변서에서 “최순실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뒤에 결정”해야 한다며 재판 장기화의 저의를 드러낸 데 쐐기를 박은 셈이다.
사실 박 대통령 스스로 회견을 통해 “연설문 작성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한데다 검찰 공소장 등이 공개되면서 헌법과 법률 위반의 윤곽은 드러났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과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최순실씨의 태블릿피시 등 물증도 여럿이다. 그 내용도 핵심적인 부분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청문회에서 관련자들의 증언으로도 상당 부분 확인되고 있다.
헌재 심리 과정은 증언과 증거를 통해 대통령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느냐를 따지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국민 여론은 이미 90% 이상의 민의로 대통령을 탄핵했고, 헌재는 엄격한 심리 절차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재판부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워낙 특별한 날이니…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밝히라고 요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날 구조의 골든타임에 대통령이 집무실을 비운 채 딴짓을 하는 바람에 아까운 생명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국민은 보고 있다. 대통령이란 막중한 자리에 있던 사람으로서 조금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제라도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일과를 분초까지 남김없이 털어놓기를 마지막으로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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