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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네이버·다음, 권력의 ‘여론 개입’에 굴종했나

등록 2016-12-26 17:59

국내 양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 정부기관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개입을 허용하는 내부 지침을 지녀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충격적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누리꾼에겐 사실상 언론사로 인식되고 있고 영향력도 유력 언론을 능가할 정도로 막강하다. 그런 포털들이 정부기관이 여론을 통제할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두고 있었으니, 그렇잖아도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컸던 포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된 조항은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노출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와대·정부부처·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이 이 조항을 빌미로 삼아 얼마든지 여론에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네이버와 다음은 2012년 이 조항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이 조항에 따라 검색어를 제외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지만,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동안 네이버 등의 실시간 검색어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단어가 갑자기 증발한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1~5월)에 네이버가 임의로 제외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모두 1408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9건꼴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난 2014년에는 상반기 2968건, 하반기 2884건으로 올해의 경우보다 갑절가량 더 많았다. 네이버는 제외된 검색어들이 ‘개인정보 노출’, ‘명예훼손’, ‘불법·범죄’ 등의 문제가 있는 단어라고 분류했다. 그러나 이렇게 분류된 검색어들이 실제로는 정부기관의 개입으로 제외된 뒤 이 항목에 포함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네이버는 문제의 지침이 보도된 뒤 해당 조항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렇게 파장이 일자마자 서둘러 바꿀 독소조항을 왜 4년 동안 유지해왔는지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지금 온 나라가 촛불의 열기 속에 낡은 시대를 청산하기 위한 전국민적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는 여론조작·언론통제라는 음습한 유산을 털어버리는 것도 당연히 포함된다. 네이버와 다음이 왜곡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여론의 통로로 국민의 신임을 받으려면, 먼저 권력기관과의 유착 의혹을 씻고 외부의 입김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론장이 망가지면 민주주의도 설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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