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현직 장관의 집과 장관 집무실이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다.
그런데 조 장관의 행태를 보면 도대체 부끄러움이라는 걸 아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조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시절에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함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조 장관은 ‘장관직 수행 부적격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런데도 ‘블랙리스트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다가 결국 집과 집무실이 동시에 털리는 수모를 당했다. 이쯤 되면 스스로 물러나 자숙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게 옳다. 그러나 조 장관은 압수수색이 벌어진 날 오후에도 이길용 체육기자상 시상식에 나와 장관 행보를 계속했다. 블랙리스트 문제에 관한 취재기자의 질문에는 아니나 다를까 ‘모르쇠’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런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권의 치졸한 독재적 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탄압 목록에 올린 인사가 1만명에 이른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6일 언론에 나와 조 장관이 정무수석이 된 2014년 6월에 청와대에서 블랙리스트를 문서로 처음 받았으며 이후 자신이 물러날 때까지 리스트가 무차별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문화예술단체 12곳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문체부 장관이 된 뒤로는 국정농단 핵심인 최순실·차은택 관련 문체부 예산이 폭증하기도 했다. 블랙리스트 자료를 없애려고 집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갑자기 교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것만으로도 조 장관은 그 자리에 하루도 더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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