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전망과 함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세계 경제는 미약하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성장세가 후퇴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3년 연속 성장률이 2%대에 그치고, 그나마도 성장률이 점점 떨어지는데 이를 벗어날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 고백’을 보는 듯하다.
정부는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2.6%로 내다봤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는데, 정부는 “강력한 정책 의지를 통해 0.1~0.2%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해마다 반복되던 ‘근거 없는 낙관’이 전망에 반영돼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경제 상황을 두고 국민(1000명 조사)의 51.6%가 지난해보다 나빠졌다(좋아졌다는 5.8%)고 대답한 것을 고려해 보면, 내년 체감경기는 훨씬 나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0.3~0.4%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에도 조금은 볕이 들 텐데, 거꾸로 경기가 더 나빠지는 이유는 내수 부진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2.4%)보다 떨어진 2.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여건 악화, 가계부채 상환 부담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올해 성장에 큰 기여를 한 건설투자의 증가율은 10.8%에서 내년에 4.0%로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부동산 경기에 기댄 성장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설명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미 확정된 예산, 세법 개정 내용에 바탕을 두고 내년 경제정책을 열거했으나, 내수 부문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눈에 띄는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새해가 시작되기도 전에 추경 편성이 불가피함을 시사한 것은 무능과 몰염치의 극치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에 연간 지출액의 31%를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라고 내세울 일이 결코 아니다. 예산을 조기 집행한 뒤 하반기 ‘재정지출 절벽’을 이유로 추경 편성을 요구해온 게 이 정부의 습관이다. 재정운용의 어설픔을 반성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정권 마지막 해까지 근거 없는 낙관적 경제전망, 예산 조기 집행,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되풀이하려는 정부야말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큰 불확실성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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