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12월 임시국회가 끝났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등을 위해 정기국회가 폐회하자마자 곧바로 임시회를 소집했던 국회는 1월엔 쉬고 2월에 다시 임시회를 소집하겠다고 한다. 1월엔 설날 연휴는 물론 각 당의 정치행사 일정도 많이 잡혀 있기 때문이라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촛불 민심이 표출한 다양한 사회변화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입법화할 책임이 국회에 있다. 이런 시급한 과제를 앞에 두고 개혁의 골든타임을 허송하려는 건 일종의 직무유기다. 여야 정당은 지금이라도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경제민주화 법안 등의 입법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이 한 달을 건너뛰어 2월 임시회를 소집하려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1월 임시회를 소집한 전례가 별로 없는데다, 정기국회와 12월 임시국회까지 숨가쁘게 달려왔으니 각 당이 내부 정비를 할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국민 뜻을 앞세워서 입법활동을 하는 게 본연의 임무다. 그렇게 한가하게 쉴 여유가 없다. 전례 없기로 따지면 두 달 넘게 1천만명 가까운 시민이 광장에 나와 평화적으로 촛불집회를 지속한 것보다 더한 게 어디 있겠는가.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한 일은 오직 민심에 밀려 12월9일 대통령 탄핵을 의결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시민들의 외침을 하나하나 되짚어서 당장 시급한 것부터 입법에 나서는 게 국회의 사명이다. 그래야 정치가 살고, 국민도 정치를 신뢰하게 된다.
현 상황에서 2월에 가서야 임시국회를 열겠다는 건 사실상 개혁입법 처리를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예상이긴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심리 속도로 봐선 내년 3월 이전에 탄핵 여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대선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진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23일)과 한두달 걸리는 대통령 후보 경선 일정을 고려하면,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각 당은 대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2월 임시국회는 대선 일정과 함께 공전할 게 뻔하다. 결과적으로 국민 열망을 업고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황금시간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국회가 손을 놓고 있겠다는 건 촛불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헌재가 결론을 낼 때까지, 국회는 국회대로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개혁법안을 입법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순실씨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하는 법안을 비롯해 검찰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약속했던 경제민주화 법안 등을 하루빨리 입법해야 한다.
쇠도 뜨거울 때 두드리라는 말이 있다. 더구나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개혁보수신당 역시 경제민주화 법안 등의 입법에 긍정적이다. 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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