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설치되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새해 초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국회는 29일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하고, 36명의 의원들로 특위를 발족하기로 했다.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는 것은 1987년 6월항쟁 직후에 이어 30년 만의 일이다.
그때의 논의가 6월항쟁에서 분출된 ‘직선제 개헌’이란 국민 염원을 바탕에 깔고 진행됐듯이, 이번 개헌 논의 역시 ‘촛불 시민혁명’의 요구를 광범위하고 근본적으로 수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의기구인 국회가 민의 결집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걸 개헌특위는 보여줘야 한다. 정치적인 이해보다 국민의 뜻을 앞에 두고, 다양한 목소리를 헌법 개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위의 관심은 권력구조, 선거제도의 개편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이왕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이상, ‘87년 체제’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실패를 단지 권력구조의 문제로 한정하는 건 옳지 않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경시했던 기본권과 민주주의 원리를 폭넓게 확장하는 쪽으로 개정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모색하려면 당연히 ‘졸속 개헌’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권 일부에선 대선 전에 개헌을 끝내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내년 봄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전에 개헌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개헌특위는 대선 이후까지 길게 보면서 활동을 해나가는 게 옳다. 개헌에 찬성하는 대선 후보들은 내년 대선에서 구체적인 안을 공약으로 내놓고 국민 평가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쟁점으로 떠오른 결선투표제 문제도 개헌특위가 다뤄야 할 핵심 의제다. 결선투표제 도입이 헌법 개정 사안인지를 두고선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그렇다면 헌법 개정 없이도 선거법 개정만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한지, 일차적으로 판단해야 할 책임은 국회에 있다. 개헌특위는 이 문제부터 빨리 정리해서, 조기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커지는 걸 막을 필요가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