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켓(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조만간 미국 본토를 염두에 둔 탄도미사일 실험에 나설 계획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핵실험과 남한의 사드 배치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태에서 또다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실험에 나선다면 한반도 긴장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스스로 주창한 ‘통일의 대통로’를 열기 위해서라도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도발적인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조선중앙티브이(TV)를 통해 생중계로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다. 올해가 7·4 공동성명 45돌과 10·4 선언 10주년이 되는 해라는 걸 강조하면서 “우리는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손잡고 나가겠다. 온 민족이 뜻과 힘을 합쳐 통일운동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고 말했다. 또 “남조선 당국은 북남 간에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우리의 진지한 노력에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론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의 표명은, 핵 보유를 강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예고한 대목에서 현저히 빛을 잃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핵’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경제·실용 노선을 강조했음에도 며칠 뒤인 1월6일 5차 핵실험을 전격 실시해 긴장 완화의 기대를 무너뜨린 적이 있다. 그런데 올해 신년사에선 미사일 실험을 예고하기까지 했으니 가뜩이나 얼어붙은 동북아 정세에 더욱 찬바람이 불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고 촛불집회를 평가하는 등 국내 정세를 언급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해다. 지난 몇 년간 내리막길만 걸었던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시기다. 북한 내부 사정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과격한 언급이 남북관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듯이, 북한 역시 남한 정치 정세에 과도한 관심을 표시하는 것처럼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말보다는 실질적인 대화의 실마리를 마련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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