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어 ‘교육계 블루리스트’ 파문이 퍼지고 있다. 교육계 블루리스트란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우호적이지 않은 교수들이 국공립대 총장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개입한 의혹을 말한다. 대학을 길들이려고 총장도 정권 입맛대로 바꿔 임명했다는 것이다.
경북대 총장 선거에서 1순위로 선출되고도 끝내 총장에 임명되지 못한 김사열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화계는 블랙리스트, 교육계는 청와대라는 뜻의 블루리스트라는 말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총장이 되려면 정부 비판 활동을 반성하는 각서를 쓰라’는 여권 실세의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고, 지난해 9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 전 수석이 반대해 자신이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공립대 총장은 대학 구성원 등이 직·간선으로 뽑은 후보 2명을 순서대로 추천하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1순위 후보로 임명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2순위 후보가 총장에 임명되는 일이 잦아졌다. 경북대뿐 아니라 경상대, 순천대, 충남대, 한국해양대도 2순위 후보가 총장이 됐다. 또 공주대, 광주교대, 방송대, 전주교대는 교육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총장 제청을 거부해 길게는 3년 가까이 총장이 공석이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와 참여연대 등 18개 교육·시민단체들은 8일 성명을 내어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총장 임용 과정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를 걸러낸 정황이 드러났다”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를 요청했다.
교육계 블루리스트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 헌법 제31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지식인의 책무인 정부 비판을 이유로 보복을 가하는 것은 치졸한 짓이다. 이런 반교육적 작태를 뿌리뽑지 않으면 대학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검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2일 경북대 교수와 학생들이 경북대 글로벌프라자 효석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순위 후보’인 김상동 총장의 취임식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