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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세금 없는 승계’ 유혹이 부른 이재용의 특검 출석

등록 2017-01-12 18:4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벌 총수들 가운데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2008년에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함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등으로 조준웅 특검팀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이 회장은 배임과 탈세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이 부회장은 부친이 대부분의 혐의를 떠안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부회장의 이번 혐의는 뇌물 공여다. 자신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 모녀에게 수백억원을 건넨 혐의다.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미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삼성은 뇌물이 아니라 권력의 힘에 눌려 돈을 뜯겼다며 억울해한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관계가 없는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의 해명은 그동안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마다 수시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승마협회 회장사의 역할을 강조하더니 지금은 피해자 논리를 내세우고 있어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 부회장도 지난해 12월6일 국회 청문회에 나와 “최순실의 존재를 올해 2월쯤 알았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12일 이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삼성 사태’는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자산이 수백조원에 이르는 거대 그룹의 경영권을 헐값에 물려받으려다 보니 자꾸 편법과 변칙을 찾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한 것이 공분을 더 키웠다. 삼성은 모든 문제의 근원인 ‘불법 상속’에 대한 유혹을 이제 버려야 한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세금부터 제대로 내는 게 정도다. 또 이번 기회에 박정희 정권 시절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정경유착의 고리도 끊어내야 한다. 지배구조를 개선해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윤리경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부회장도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를 밝힌 만큼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다. 이 부회장의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환골탈태의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들은 이 부회장이 형사처벌을 받으면 그룹 이미지가 실추돼 해외 사업이 어렵게 되고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겁을 준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과장됐을 뿐 아니라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오히려 봐주기 수사나 솜방망이 처벌 탓에 재벌 총수들의 부정과 비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도 이젠 자성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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