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부터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인사들의 발언과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국민에게 버림받았으면 자숙하고 참회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큰소리치며 잘못된 결정에 대못질을 하고 있으니 후안무치도 이런 후안무치가 없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3일 국회에 나와서 한 말은 도대체 발언 당사자가 어느 나라 장관인지 헷갈리게 한다. 윤 장관은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간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입장”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소녀상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대변인이나 할 법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정부는 윤 장관의 발언에 반색하면서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윤 장관은 더 나아가 12·28 위안부 문제 합의를 놓고도 “우리가 원하는 해결 방안에 가장 근접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10억엔에 위안부 문제를 팔아넘겼다는 국내의 비판 여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일을 망쳐놓고 오히려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꼴이다. 윤 장관은 위안부 문제 합의가 파기된다면 대외신인도 추락 등 국익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가해국 일본이 오히려 피해국 한국에 도덕적 훈계를 하게 만든 ‘위안부 외교 참사’의 당사자가 국민을 협박하고 있으니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행태도 한심하기는 윤 장관 못지않다. 김 실장은 지난주 미국 차기 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만나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며 경제보복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을 입에 올려 가며 자극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김 실장은 국회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의 안보 참모다. 그런 사람이 미국에까지 가서 위험한 발언을 하는 것은 탄핵제도를 우롱하는 짓이다.
윤 장관과 김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패로 국민에게 큰 고통을 떠넘기는 데 일조한 사람들이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말을 함부로 하고 다닐 때가 아니다. 위안부 합의는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므로 재협상해야 하며 사드 배치 문제도 차기 정부로 넘겨 국민적 논의에 부쳐야 한다는 점을 이 정부 인사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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