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현지시각) 취임한다. 그의 선거 공약과 당선 이후의 언행으로 볼 때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국제질서 변화가 예상된다. 한반도·동아시아 정세와 북한 핵 문제 역시 새로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대외정책 관련 발언이 얼마나 현실적이며 어디까지가 협상용인지는 미국 안에서조차 판단이 헷갈린다. 하지만 큰 방향은 분명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의 이익을 가장 우위에 놓고 이에 맞춰 기존 질서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친러시아, 반중국, 반유럽연합(EU), 반이슬람, 반이민, 반국제협력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그가 별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주요 나라는 영국과 일본 정도다. 그의 언행은 이미 곳곳에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등 여러 서방 나라가 미국에 반발하고 극우파들은 환호한다. 트럼프가 지향하는 질서가 이런 내용이라면 결국 미국을 비롯해 지구촌 전체가 패자가 될 수 있다. 갈등과 분열이 새 질서의 원칙이 돼선 안 된다.
당장 통상 분야 갈등이 두드러질 것이다. 이는 경제적 이익 위주로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성향과 연관된다. 그는 이미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등 기존 무역질서를 부인하면서 각국 기업들의 미국내 투자를 강요하는 등 중상주의적 모습을 보인다. 특히 최대 대미 흑자국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우리나라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이런 시도는 일시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미국과 세계 경제의 지속적 발전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주적 균형외교를 강화해야 할 당위성이 커졌다. 우선 미-중 대결 강화로 인한 한반도·동아시아 정세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중심을 잡고 균형있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북한 핵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동기가 약한 트럼프 정부만 바라보다가는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결 구도가 고착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기가 쉽다. 미군 주둔비용 분담 증액과 전시작전권 환수, 한-미-일 군사·안보협력 강화 등 동맹 현안이나 무역 이슈 등에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역설적으로 세계 각국이 자신의 국익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미국은 초강국으로서 세계 평화를 유지하고 자신과 각국의 이익을 조화시킬 책임이 있다. 경제·군사 대국들이 함께 새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동아시아에선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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