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검정교과서 집필진들이 집필 거부 선언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집필 기간이 턱없이 짧아 졸속 교과서가 우려될 뿐 아니라, 국정교과서용 기준에 맞춰 다시 쓰라는 게 교육부의 요구이니 거부는 당연하다. 교육부는 이에 아랑곳 않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독려하기 위해 18일 전국의 국립학교 교장들을 소집하는 등 국정화 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박근혜 교과서’가 국민들로부터 거부당한 뒤에도, 한줌도 안 되는 정치권과 언론·교육계의 ‘박근혜 부역세력’에 휘둘려 교육 현장의 혼선을 부추기는 교육부의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다.
정부는 2018학년도 국·검정 혼용 체제를 위해 이달 안에 검정교과서의 새 집필기준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 일정을 앞두고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집필자협의회가 금명간 검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한마디로 박근혜 교과서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뜻이니 교육부 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2015년에 국정교과서용으로 만든 ‘대한민국 수립’ 등 문제투성이 기준에 따라 검정교과서도 다시 쓰라는 게 교육부의 주문이다. 국정교과서 자체를 반대해온 검정교과서 집필진들이 양심에 비춰서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되던 바다. 더구나 통상 2년 이상 걸리던 것을 1년 만에 완성하라고 밀어붙이니 함량 미달의 ‘불량 교과서’ 제작에 동참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교육 현장에 혼선을 조장하고 미래 세대에 큰 죄를 짓는 일이기도 하다.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함께 뒤집힐 게 뻔한 ‘박근혜 교과서’로 공부하라며 연구학교 신청을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도 국정교과서 강행으로 인한 혼선을 서둘러 방지할 책임이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안건조정위가 17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안과 국정화추진 중단 및 폐기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교문위 전체회의에 이어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권성동·김진태 등 반대 의원들 때문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한다. 안 될 말이다. 특단의 조처를 해서라도 교육 현장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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