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8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이병석 전 국회 부의장,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은 자진 탈당했기에 징계에선 제외했다고 한다. 비겁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박근혜 대통령은 징계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친박 핵심들에 대해선 이제 징계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언제 어느 수준의 징계를 할지 알 수가 없다. 주범은 놔두고 한물간 인사들만 중징계해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게 ‘인명진표 혁신’의 본질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에 제명된 인사들은 국민 지탄을 받는 행동으로 중징계를 받아도 사실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이미 정치생명이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박희태 전 의장은 성희롱 사건으로, 이상득·이병석 전 부의장과 현기환 전 수석은 비리 사건으로, 이한구 전 위원장은 공천 파동으로 정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세력의 국정 농단에 비하면 그야말로 곁가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로 구성한 윤리위의 첫 성과물이 이 정도라니, 위선도 이런 위선이 있을 수 없다.
윤리위는 곧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 핵심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속도가 매우 더딜 뿐 아니라 징계 수준도 ‘당원권 정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더구나 새누리당 파탄의 근본 원인인 박근혜 대통령 징계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하질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여전히 ‘박근혜 정당’임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고도 인명진 위원장은 ‘당 혁신’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결정으론 국민과 당원 신뢰를 한 치도 회복할 수 없다. 새누리당이 ‘인적 청산’을 말하려면 가장 먼저 박 대통령부터 당에서 제명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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