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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황교익 출연 취소’ 한국방송, ‘공정한 원칙’부터 세워야

등록 2017-01-20 17:41

<한국방송>(KBS)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방송 출연을 특정 정치인 지지를 이유로 들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황씨는 지난 14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외곽조직 ‘더불어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았는데, 그 사실이 알려진 뒤 ‘아침마당’의 목요특강 출연 취소 통고를 받았다. 한국방송은 대통령선거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엄정한 중립을 지키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방송이 내세우는 ‘중립’ 잣대가 특정 정치세력의 유불리에 따라 휘어져 왔다는 사실은 시간을 조금만 거꾸로 돌려보아도 금방 드러난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국방송은 당시 박근혜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방송인 송해씨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이 사실이 다시 문제가 되자 한국방송은 당시 송씨가 녹화방송(‘전국노래자랑’)을 하루 앞두고 그런 지지 발언을 해 방송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다.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모든 프로그램에서 다 배제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황씨가 출연하기로 한 목요특강은 ‘맛있는 식재료를 고르는 요령’을 주제로 하는 것이었다.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음식 재료 고르는 법을 알려주는 것뿐인데 이런 것까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 제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선거 관련 프로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따지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오락·교양 프로에까지 마구잡이로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방송 출연자의 정치적 신념에 제재를 가하는 일이 될 수 있다.

황씨의 출연 취소가 이렇게 파장이 큰 것은 한국방송이 그동안 보여온 정치적 편향 탓이 크다. 한국방송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방송’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부 여당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방송을 해왔다. 그런 잘못된 행태가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는 점을 한국방송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특정 정치인 지지 문제 등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 엄정하게 지켜가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다른 지상파 방송에도 두루 적용되어야 한다. 국민은 또다시 방송이 여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보도와 편성으로 선거판을 어지럽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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