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입법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1월 임시국회가 결국 맹탕 국회로 끝났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국정교과서 폐기 촉구 결의안’ 등 26개 안건을 통과시키고 문을 닫았다. 선거연령 18세 하향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재벌 개혁 등 핵심 법안들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그나마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이 통과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정치권이 1월 국회를 건너뛰려던 애초 계획을 접고 국회를 연 것은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여론의 압력 때문이었다. 때마침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개혁보수신당(바른정당)이 각종 개혁입법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법안 통과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빈 수레만 요란했을 뿐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1월 국회가 빈손 국회로 끝난 것은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지만,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의 소극적 자세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특히 바른정당의 오락가락하는 자세는 개혁입법 좌초의 일등공신이다. 바른정당은 선거연령을 만 18살로 하향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가 하루 만에 백지화하는 등 주요 정책 사안에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을 거듭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20일에도 핵심 쟁점 법안들에 대한 토의 결과를 브리핑하겠다고 밝혔으나, 막상 발표된 내용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바른정당의 바른 입법을 내놓겠다”는 식의 하나 마나 한 말이었다. 이러니 ‘바른 입법’은 고사하고 ‘반반 정당’ ‘오락가락 정당’ 따위의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다시금 ‘2월 개혁 국회’를 다짐하고 있으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정치권이 일제히 대선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개혁입법은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개혁입법을 강하게 추동해야 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부터 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개혁법안은 야당의 어젠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온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래저래 대선 전 개혁입법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한다는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열망으로 뜨겁게 달궈진 개혁의 쇠를 두드릴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정치권은 이 귀중한 시간을 허송세월로 흘려보내려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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