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안팎에서 전방위적인 대격변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선거운동 때 단골로 제기했던 보호무역과 동맹의 재편을 핵심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한 어조로 강조하며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고, 취임 뒤 가장 먼저 ‘오바마케어’ 폐지를 촉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오바마 업적 지우기’에 본격 착수했다. 그의 취임과 함께 세계 각국에서 쏟아져 나온 비판적인 논평과 미국 사상 최저 취임 대통령 지지율 37%는 트럼프 시대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취임사와 취임과 함께 밝힌 6대 국정 기조로 볼 때, 트럼프 시대의 제1 충격파는 국제무역 분야에서 나올 것 같다. 그는 취임사에서 “내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 시장주의 국가들이 추구했던 통상자유와 개방경제보다 미국의 이익을 철저히 앞세우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미국 우선주의의 가장 큰 표적은 그간 트럼프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어왔던 중국이나 일본 등이 될 것이고, 그 여파는 자유·개방 무역 체제의 혜택을 받아 번영해온 우리나라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정책 당국자들이 경계심을 가지고 철저히 대비해야 할 대목이다.
제2 충격파는 미국의 동맹 재편 과정에서 나올 안보 분야에서 올 것이다. 트럼프는 여기서도 미국의 이익을 우선에 두고 “오래된 동맹을 강화하고 새로운 동맹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후 70년을 지탱해온 나토 체제를 재검토하고, 1970년대 이후의 미-중 협력관계를 끝내고 미-러 협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문제 해결이 안보의 핵심 과제인 우리로서는 눈을 뗄 수 없는 환경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시대의 변화는 일의 우선순위로 볼 때, 미국 내 과제, 국제무역, 안보 문제의 차례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로서 다행인 것은 그만큼 대비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이점은 그 시간을 헛되어 보내지 않고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전제가 있을 때만 효용이 있다. 격변의 시기인 만큼 섣부른 행동보다 국익 최대화의 지혜를 짜는 데 전력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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