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나라들을 겨냥한 반이민·난민 행정명령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후 미국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미국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빨리 사태를 수습하지 않는다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에 못잖은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대 걸림돌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릇된 인식과 공격적인 태도다. 그는 행정명령을 옹호하면서 반대 의원을 겨냥해 “3차대전 발발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법무장관 대행이 관련자들의 소송에서 정부를 변호하지 않겠다고 하자 백악관은 즉각 그를 해임했다. 백악관은 반발하는 외교관들에게도 ‘행정명령에 따르든지 나가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미국의 분열이 뚜렷하다. 미국 입국이 금지된 이라크·이란 등 이슬람 7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가 행정명령을 비판하며 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극우파는 환호한다. 트럼프가 바라는 게 이런 건지 묻고 싶다.
이 행정명령은 특정국의 국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미국 입국을 막는 점에서 국제인권법과 난민협약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슬람 나라들이 주된 대상이어서 종교·인종 차별 성격도 짙다. 트럼프가 명분으로 내세운 ‘테러 예방’도 근거가 없다. 최근 여러 해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와 관련해 범인은 대부분 미국인이며 7개국 출신자는 한명도 없다고 한다. 테러범이 있었던 나라라고 하더라도 트럼프 집안 사람이 사업을 벌이는 곳은 대상국에서 빠졌다는 말도 나온다. 거꾸로 이번 조처가 이슬람인의 반발을 불러 대미 테러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트럼프가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반이민 조처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극렬 지지자를 최우선으로 해서 새판을 짜겠다는 속셈이 있는 듯하다. 이는 갈등과 분열을 낳고 미국과 세계를 불행하게 만드는 길이다. 트럼프는 벌써 국수주의와 인종주의를 극한까지 밀어붙였던 아돌프 히틀러 전 독일 총통에 비유된다. 유럽 극우파는 오히려 그 때문에 트럼프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금 미국 안팎에선 반트럼프 연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트럼프 대통령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기 바란다. 이번 사안은 그의 앞날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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