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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제동 걸린 ‘성과연봉제’, 박근혜표 ‘노동개혁’의 민낯

등록 2017-02-01 17:39

지난해 정부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일방적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대해 법원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대전지법 민사21부(재판장 문보경)는 철도노조 등 5개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각각 낸 보수규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지난 31일 “회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에 관해 노조의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본안소송 절차가 남아 있으나 종전 여섯차례의 비슷한 사건에서 노조가 모두 패소한 데 반해 이번에 처음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을 지적하며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의미가 적잖다. 노조 동의 없이 밀어붙인 성과연봉제는 법적 하자가 있음을 법원이 확인한 이상, 비슷한 취지로 30여 노조가 낸 가처분·본안 소송은 물론 노조 동의 없이 강행한 120여 공공·금융기관의 보수규정 모두 정당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됐다. 다소 늦긴 했지만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정부의 성과연봉제는 애초 추진 동기와 절차·내용 면에서 문제투성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노동개혁’을 강조한 뒤 이듬해 5월 국무회의에서 ‘성과연봉제’ 공공기관 전면도입을 독려하면서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돼왔다. 그러나 뒤늦게 확인됐듯이 ‘노동개혁’은 명분일 뿐 실제론 대기업과의 정경유착과 노동탄압으로 일관했다. 성과연봉제 역시 전경련이 규제개혁 방안이라며 요구해온 ‘저성과자 해고’를 실현하기 위한 전단계 조처로 받아들여졌으니 애초부터 설득력을 가질 리 없었다. 의료·철도 등 공공서비스의 성과 측정 자체가 무리인데다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란 우려도 컸다. 무엇보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 단서규정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노조 동의 없이 강행한 것은 결정적 흠결이었다.

‘국정농단’에 대한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여러 박근혜표 정책들이 민낯을 드러내고 이미 수명을 다했다. 노동개혁 역시 노사의 공감대와 국민적 신뢰 속에서만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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