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푸념이 과장이 아니었다. 2일 통계청 발표를 보면, 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0% 올랐다. 상승 폭이 4년 3개월 만에 최대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가 12%나 뛰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으로 달걀값이 62% 오른 것을 비롯해 무(113%)와 배추(79%) 등 농축산물 가격이 치솟았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류 가격도 8.4% 올라 서민 가계의 주름살을 늘렸다.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승이 지난해 저유가에 따른 ‘기저 효과’와 조류인플루엔자 여파 등 공급 측면의 일시적 요인 때문이어서 급등세가 곧 진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 물가가 오른 것이 아닌 만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맞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가계의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물가만 급등하는 현상에 정부는 유의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18~19일 전국 성인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체감 경제고통지수’가 23.7포인트로 정부의 공식지표로 계산한 경제고통지수(2.0포인트)의 12배나 됐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의 합에서 국민소득 증가율을 뺀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인 반면 체감 물가 상승률은 9.0%였고, 통계청의 실업률은 3.7%인 반면 체감 실업률은 11.4%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성장률은 2.7%이나 국민은 -3.3%로 느꼈다. 체감 수준으로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인 셈이다.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오르면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물가안정에 나서야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매주 차관회의를 열어 물가안정 대책을 점검하고 농축산물 수급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분간은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 또 소비자를 속이는 ‘얌체 상술’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 ‘빈 병 보증금’ 인상을 들어 아무 관계도 없는 음식점들이 소주 값을 5천원으로 올린 게 대표적 사례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유통구조 개선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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