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안광한 현 문화방송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안에 새 사장을 뽑겠다면서 선임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안 될 일이다. 현재의 방문진은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을 박근혜 정권의 주구로 떨어뜨린 주역이다. 그런 방문진이 한마디 반성도 사죄도 없이 새 사장 세우기에 골몰하는 것은 시청자와 문화방송 구성원들의 방송 정상화 염원을 우롱하는 짓이다.
정부·여당 쪽 인사들이 이사회의 절대다수를 점한 상황에서 방문진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새 사장으로 뽑겠다고 달려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방문진은 사장 선임 같은 중대 문제를 결정할 도덕적 자격이 없다. 문화방송 뉴스는 전임 김재철 사장 이후 현재까지 끝없는 위상 추락으로 신뢰도와 시청률에서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문화방송 공영성 파괴의 일차 책임이 방문진에 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얼마 전 ‘애국 시민들은 문화방송만 보고 있다’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발언을 했다. 이런 인사가 또다시 사장 선임을 주도한다면 새로 뽑힐 사장이 제2의 안광한이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방문진이 새 사장을 선임한다 하더라도 현재 방문진법 개정안을 포함한 언론관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3개월 안에 방문진 이사진이 전원 교체되어 새 사장을 뽑아야 한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사장 선임을 밀어붙이려 하는 것은, 다가올 대선 국면에서도 지금처럼 여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왜곡·편파 방송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발의된 방송관계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의 발목잡기로 인해 국회 상임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일 “방송법 개정안은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용”이라는 주장을 했다. 터무니없는 말이다. 이 법안들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야 7 대 6 구조로 바꾸고 사장 선임에 특별다수제(전체 이사 중 3분의 2 이상 찬성)를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가결되면 어느 정파도 자기 마음대로 사장을 뽑을 수 없게 된다. 언론장악 방지책인 셈이다.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방송 정상화에 딴죽 거는 짓을 그만두고 야당과 함께 법안 통과에 힘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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