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구제역까지 발생해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5일 구제역 의심 신고를 한 충북 보은의 젖소농장이 6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오후엔 전북 정읍의 한우농가가 의심 신고를 했다. 이러다가 구제역이 전국으로 번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방역당국은 확진 판정을 받은 젖소농장의 젖소 195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렸다. 또 오후 6시를 기해 전국 축산농가에 30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소와 돼지 350만마리를 살처분한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의무화한 백신 접종을 근거로 구제역 예방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백신 항체 형성률이 소는 평균 97.5%, 돼지는 75.7%로 높게 유지돼 구제역의 전국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라는 점에서 실제 상황과 다를 수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젖소농장의 젖소들도 지난해 10월 백신 접종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혈액검사 결과 항체 형성률이 겨우 19%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관리나 접종 방법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강력한 초동대처로 구제역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일이다. 이번 에이아이 사태도 정부가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11월16일 에이아이가 처음 발생했는데 황교안 총리 주재의 범정부 대책회의는 한 달 가까이 지난 12월12일에야 열렸고, 위기경보 단계는 나흘이 더 지난 16일이 돼서야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다. 이미 에이아이가 전국으로 퍼진 뒤였다. 늑장도 이런 늑장이 없다. 그 결과 6일 현재 3300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고, 피해 수습에 2100억원이 들어갔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초동대처에 실패하면 ‘제2의 에이아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처음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수립·집행해야 한다. 축산농가들도 백신 접종과 차량·출입자 이동 제한 등 필요한 조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구제역 확산을 막아야 한다.
충북 보은에서 올 겨울 들어 첫 구제역이 발생한 6일 광주 북구 용전동에서 북구청 방역 담당 직원들이 구제역 예방 방역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