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수명 연장 허가를 무효화해 달라며 지역 주민들이 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허가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부의 무리한 수명 연장에 제동을 건 것이다. 법원 판결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허가 절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지만, 월성 1호기 가동이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도 담고 있다. 정부는 최종 판결을 기다리지 말고 원전 가동을 즉시 멈춰야 한다.
1982년에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원전이다. 설계 수명이 30년인데, 원안위가 2015년 2월 수명 10년 연장을 허가했다. 이미 지어진 원전에서 적은 비용으로 전력을 계속 생산할 수 있기에 전력 사업자들은 원전의 수명 연장을 집요하게 원한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월성 1호기는 수명 연장 허가 뒤 재가동에 들어갔다가 두 달 만에 자동정지하는 등 1년 만에 두 차례나 자동정지해 불안감을 키웠다.
원안위가 수명 연장을 결정한 과정은 과연 ‘안전’을 고려하기는 하는지 의심하게 했다. 원안위는 수명 연장 허가 절차인 운영변경 허가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원전 안전성 평가의 핵심 절차인 과거 기준과 현재 기준을 비교하는 절차를 수행하지도 않았다. 이은철 위원장은 임명되기 1년4개월 전 원자력 이용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어, 결격 사유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번 법원 판결은 원안위 심의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지난해엔 경주에서 규모 5.8의 큰 지진이 일어나, 원전 밀집지역이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일깨웠다. 부산, 울산, 경주 등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 가까이에 원전이 밀집해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여기에서 원전을 더 늘려나가기보다는 우선 수명이 다한 원전부터 순차적으로 폐기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이번 소송에 지역 주민 2천여명이 원고로 나서 2천여만원의 소송비를 모았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원고로 참가하지 않은 주민이라고 해서 불안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면, 이 또한 지역 주민의 뜻에 반하는 무모한 시도일 것이다. 무리하게 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는 주민 안전을 고려해 즉각 가동을 멈추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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